사회

26일부터 미국행 비행기 타려면 4~5시간前 공항 가라

박승혁 기자 2017. 10.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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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승객 탑승전 '보안 인터뷰'.. 美국적기·저가항공사 우선 적용
대한항공·아시아나, 美에 내년 1월까지 유예신청.. 출발 지연 등 우려
항공권 받을 때 3분간 심사후 탑승구에서 전원 소지품 검사
답변 미심쩍으면 5분간 정밀 검색
제3국서 미국 비행기 환승할 때 영어·현지어 못하면 '요주의 인물'

앞으로 미국에 가려면 비행기 이륙 4~5시간 전에 공항에 가야 할 전망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미국행 여객기 탑승객에 대한 보안 검색이 강화된다. 모든 승객은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는 과정에서 2~3분 정도 미국에 가는 목적이나 미국 체류 주소 등에 대한 '여객 심사'(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는 기내 수하물에 대한 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요주의 인물'(selectee)로 분류된 승객에 대해서는 탑승구 앞 별도 장소에서 5분가량 신체 수색 등 정밀 보안 검색이 이뤄진다.

◇"미국 왜 가냐"… 꼬치꼬치 질문

미 교통안전청(TSA)은 지난 6월 각국 공항과 항공사에 '비상 보안 지침' 공문을 보내 이 같은 내용의 보안 검색 강화를 요구했다. 26일부터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국적기와 미국령 괌·사이판 등에 취항한 국내 저가항공사(LCC)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공사 등을 이유로 '내년 1월 중순까지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아직 TSA로부터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새 조치에 따라 미 국적기나 LCC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객들은 당장 오는 26일부터 강화된 보안 검색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공항 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과 '인터뷰'를 해야 한다. "여행 목적이 무엇인가" "며칠이나 머물 건가" 등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복된 질문을 통해 대상자가 뭔가 숨기는 게 없는지 보는 것"이라며 "마치 수사하듯 유도 질문과 반복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프로파일링 기법"이라고 말했다. 환승객도 마찬가지로 인터뷰 대상이다. 공항 관계자는 "테러 대비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이스라엘 공항'식 검문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확하거나 미심쩍게 답변할 경우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 탑승 전 격리된 공간에서 촉수 검색, 폭발물 탐지 등 '정밀 검색'을 받는다. TSA 측은 ①인터뷰(여객 심사)에서 답변이 미심쩍은 자 ②영어·한국어를 모두 못하는 자 ③기타 TSA가 지정한 자 등을 정밀 검색 대상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탑승객 명단을 이륙 72시간 전 TSA 측에 알려주고 있는데, ③은 TSA가 이 명단에서 대상자를 골라 통보해 준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 승객이 제3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거나 환승할 경우 영어 또는 현지어에 서툴면 현지 공항에서 '정밀 검사'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어 불편이 예상된다. 현재 탑승구 앞에서 무작위로 선정해 시행 중인 소지품 검사도 26일부터는 전 승객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탑승구 앞에선 '정밀 검색'

항공사들은 TSA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 노선 취항이 취소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터뷰가 승객 1인당 2~3분 정도 걸릴 경우 항공기 탑승 인원이 400명(보잉747 기준)이면 800~1200분이나 걸린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 항공사는 근무 직원을 보강하는 중이다. 여기에다, 정밀 검색 대상인 '요주의 인물'이 한 비행기에 50명이면 총 250분이 또 걸린다. 항공업계에선 심사가 길어질 경우 비행기 지연 등에 따른 혼란이 벌어질 수 있고, 특히 시간이 정해져 있는 환승객은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출국 시 지금처럼 '이륙 3시간 전'이 아닌 4~5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중요한 정책 변화를 정부 대 정부로 요청하지 않고 개별 항공사에 요구한 TSA도 문제지만, 승객 불편을 줄일 방안을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우리 국토교통부나 공항공사도 문제"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전체 항공기의 약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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